그곳엔 고요함이 있었네
부슬부슬 내리는 비, 싸늘한 공기, 세찬 계곡 소리… 정선 정암사 절마당에 발을 딛는 순간의 느낌입니다. 아직 한 여름은 아니지만 이곳은 더위 따위는 그냥 지나칠 것 같더군요.
몇 년 전 다녀왔던 눈 쌓인 정암사는 그저 고요하기만 하였습니다. 찾아오는 불자들도, 지나치는 등산객도 없으니 여름이라 한들 크게 다를 바는 없습니다. 그러니 제 기억에 정암사는 그저 고요하고 적막한 곳으로 남을 거예요.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봉안되었기에 화려한 불단도 불상도 없는 소박한 적멸보궁에는 환히 등 하나 밝혀두고 묵직한 스님의 불경소리만 가득했답니다. 나이 지긋한 적멸보궁 뒤로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초롱꽃만 빗방울에 딸랑딸랑 소리를 내고 있더군요.
빽빽한 숲 사이로 정갈히 놓여진 돌계단을 가만가만 밟아 오르니 수마노탑입니다. 겨울날 수마노탑에서 바라보던 주변 풍경은 미칠 듯이 답답하였으나 녹음 우거진 골 깊은 산세가 시원시원하고 아주 매력적이더군요. 변한 것이라곤 계절뿐, 그때와 지금의 모습이 다를 게 없으련만 범인(凡人)의 간사한 마음이 그저 부끄럽기만 하였답니다.
어느 날, 마음이 부산하고 정신이 흐려지는 날이 있거든 정선 정암사를 다녀오셔도 좋을 거예요. 그 고요함 속에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이 되실 테니 드리는 말씀입니다.
2007년 7월 3일, 화요일
# by 표지 | 2007/07/07 13:50 | 산행 & 여행정보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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