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소설



 

어느정도 나이를 먹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가슴속에 한편의 연애소설을 간직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저 소설속에나 나오는 이야기라며 그다지 개의치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러한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동감을 표하는 것은 누구나 한번쯤은 그러한 상황을 겪어보았으며, 한번쯤은 아파하고, 한번쯤은 기뻐 어쩔 줄을 몰라했던 기억들이 머리속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 [연애소설]은 이처럼 우리들 기억속에 아련하게 자리잡고 있는 그 시절의 추억을 더듬어가는 듯한 묘한 느낌의 영화입니다. 물론 보는 분들에 따라서 영화가 다소 심심할 수 있으며, 약간은 거부감이 드는 두 여주인공의 관계 등으로 인해 안좋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세 주인공이 펼치는 우정 이상의 사랑이라는 대명제 하에서 영화를 느껴본다면, 그들이 보여주는 세심하면서도 솔직한 감정을 이해하신다면, 비록 영화의 내용은 약간은 비극적이지만, 이들의 사랑만큼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이 있을까하는 잔잔한 울림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영화가 아닌가 합니다.

 

 

이 영화 [연애소설]은 지환(차태현)과 수인(손예진), 그리고 경희(이은주)라는 세 주인공이 펼치는 첫사랑과 우정, 갈등과 죽음 등 사랑이라는 것의 달콤함부터 시작해서 비극적인 마무리까지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는 영화입니다. 분명 영화 초반부 수인과 경희 앞에 등장하는 지환이라는 캐릭터로 인해 영화는 다소 상투적인 출발을 보이며, 기존에 보아왔던 남녀간의 삼각관계를 다룬 여타 영화들처럼 다소 뻔한 공식대로 흘러가지만 수인과 경희의 숨겨진 관계, 그리고 그 두 여인을 둘러싼 지환의 심경의 변화,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결말로의 전환, 하지만 비극적임에도 결코 슬프다고만 할 수 없는 마무리 등으로 인해 영화가 전달하는 감동의 여운은 생각보다 깊숙히, 오랫동안 남았던 영화가 아닌가 합니다.

 

발신지가 표시되지 않은 채 수십통 째 꾸준히 오고 있는 편지. 지환(차태현)은 그 편지속에 담긴 사진들을 보면서 잊고 싶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5년전의 일들을 더듬어 올라갑니다. 선배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진찍는 일을 즐겨하던 지환의 카메라에 들어온 그녀 수인(손예진). 운명적인 사랑임을 예감한 지환은 용기를 내 그녀에게 자신을 소개합니다. 그녀와 함께 온 경희(이은주)라는 존재는 간과한 채. 그의 엉뚱함에 당황한 수인과 경희는 그의 제안을 거절하지만 결국 그의 순수함에 반해 세 사람은 친구가 됩니다. 너무나도 꿈같은 시간들. 이렇게 즐겁게 놀아보는 것이 처음이라는, 알듯 모를 듯한 이야기를 하는 그녀들과 마냥 행복해하는 지환. 함께 떠난 여행길에서 수인은 지환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변하고 있음을 느끼며, 경희 또한 자신이 지환을 사랑하고 있음을 느낌니다. 그런데 정작 지환은 뭐라고 딱 잘라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의 변화를 느끼기 시작하는데, 그만 함께 간 여행길에서 수인이 심한 감기에 걸리면서 영화는 급변하게 됩니다.

 

 

이 영화 [연애소설]은 언뜻보면 세 주인공간의 삼각관계를 다룬 단순 연애영화로 비춰질 수 있는데, 영화의 내면을 파고 들어가면 그리 간단한 관계의 이야기가 아님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지환과 함께 하는 놀이공원이라든가, 여행 등이 처음이라는 두 여주인공의 상황부터가 예사롭지 않으며, 지환이라는 캐릭터가 극중 대사에도 나오지만 약간은 우유부단한 A형남자라는 설정 또한 단순히 영화속 대사가 아닌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지환이라는 캐릭터를 둘러싼 두 여주인공의 내면적인 갈등과, 그들을 바라보는 지환의 심경의 변화가 이 영화의 중심적인 스토리라 하겠습니다. 그와 함께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수인과 경희라는 인물의, 지환의 입장에서, 혹은 관객들의 입장에서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그녀들만의 독특한 유대관계를 들 수 있습니다.

 

후반부에 공개되는, 수인과 경희가 서로 자신들의 이름을 바꿔서 행동했다는 점은 물론 이 영화의 약간의 반전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참고로 이 영화를 보고 모 평론가가 너무 반전에 집착한 영화라고 평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저 한숨만 나옵니다), 이러한 구성은 두 여주인공이 단순히 우정이상으로 서로를 끔찍하게 아끼고 사랑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그러한 두 여주인공의 사이에 지환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함으로서 점차 갈등하게 되는 대목이 이 영화의 핵심인데요, 비록 영화에선 경희(이은주)라는 캐릭터가 마음이 넓고 털털한 느낌의 모습으로 등장하며, 수인(손예진)이라는 캐릭터는 무척이나 여성스러우며, 약하고 조심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가만히 영화를 보면 경희(이은주)라는 캐릭터가 어쩌면 수인보다 더 예민하며 감성이 풍부한 인물로 등장합니다. 그러다보니 지환을 향한 두 여주인공의 심경의 변화 중에서 경희의 경우가 더욱 안타깝고, 마지막까지 그녀가 겪었을 친구와의 사랑과 지환을 향한 마음 사이에서 얼마나 괴로워했을까 하는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

 

 

물론 이렇게 수인과 경희와의 약간은 동성애적인 코드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이해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설정이며, 그것이 어쩌면 이 영화를 더욱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정말이지 피를 나눈 자매 이상으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온 두 여인앞에 등장한 지환이라는 존재는 그녀들로선 감당하기 힘든 존재였을 지도 모릅니다. 세 사람의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어쩌면 그녀들 둘 중 하나는 분명 가슴속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절박함이 무엇보다도 힘들게 합니다. 수인에게 첫사랑이었던 경희, 항상 그녀를 든든하게 지켜주었던 경희이기에, 그녀가 지환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확인했을 때, 그리고 지환 또한 경희를 향한 마음을 확인했을 때, 수인은 일종의 배신감 보다는 마음속으로 그녀를 응원하게 됩니다. 물론 그녀 또한 지환을 사랑했기에 그의 존재를 가슴속에 담아두는 것 만으로 만족해야 했지만 말입니다. 그녀로서는 경희와 지환 두 사람을 모두 사랑했던 감정, 그 자체를 간직하게 되는 셈입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건 그들 사이에서 안타깝게 홀로 지환을 짝사랑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경희입니다. 그녀 또한 무척이나 혼란스럽습니다. 지환이 수인을 좋아하고, 수인도 지환이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자신도 모르게 지환을 향한 사랑의 감정이 싹트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 그녀는 친구와의 사랑과 이성과의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게 됩니다. 물론 여기에는 지환과 수인의 행동 또한 일조를 하는데요, 절대로 열어보지 말라며 수인에게 전해달라는 지환의 쪽지를 받은 경희, 그리고 죽음을 눈 앞에 두고 지환에게 전해달라는 수인의 편지를 모두 찢어버리거나, 숨겨버리는 경희의 행동은 분명 충분히 공감이 가는 부분입니다. 게다가 여전히 수인 앞에선 어쩔줄 몰라하면서도 경희 앞에서는 왠지 툴툴거리고, 무덤덤한 듯한 지환의 태도도 경희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합니다. 물론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의 내용이 그 속에 담겨져 있던 것이 아니며, 만약에 그녀가 그 쪽지와 편지를 당사자들의 부탁대로 전달해 주었다면 약간은 영화의 스토리가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과연 그랬다면 이 영화의 마지막처럼 비록 비극적이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운 엔딩이 가능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비록 이렇게 엇갈려 버리는 세 사람의 운명은 마냥 슬프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비록 그들이 바라는대로 흘러가지 못하며, 어찌보면 한편의 비극적인 연애소설처럼 보여지지만,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세 사람은 모두가 최고의 행복감을 간직한 채 영화의 마지막을 맞이합니다. 수인 또한 사랑했던 두 사람과의 행복했던 시간들을 간직할 수 있었으며, 가슴속에 커다란 응어리처럼 남겨져있던 그녀들과의 만남, 그리고 경희에게 자신의 마음을 직접 표현하지 못했던 지환도 행복감이 가득한 미소를 짓게 됩니다. 그리고 경희 또한 오랫동안 수인과 지환 사이에서 마치 혼자 엄청난 죄라도 지은 듯한 자책감이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러 말끔하게 해소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즉, 세 사람 모두 서로를 사랑하고 아꼈던 순수했던 그 시절의 감정을 모두가 소중하게 간직한 채 영화는 마무리되어 가는 것입니다.

 

이렇듯 이 영화 [연애소설]은 단순히 아련한 추억속에 간직되어 있는 누군가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넘어서서 아프고 괴로웠던 그 시절의 추억까지 모두가 행복했던 기억으로 자리매김하는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관객들에게 선사합니다. 벌써 이 영화를 본 지도 몇년이 흘렀지만, 많은 사람들이 가끔 추억의 책장을 넘기듯 그 시절의 기억들을 되돌아보면 왠지 모르게 아련한 감상에 젖듯이, 세월이 흐른 후에 또 다시 본다해도 처음 보았을때의 뭉클했던 감정이 또 다시 솟아나는 영화가 바로 이 영화 [연애소설]이 아닌가 합니다. 어쩌면 남녀간의 삼각관계를 다루고 있는 영화의 운명적인 결론이라고 할 수도 있으며, 다소 식상할 수도 있지만, 이 영화가 보여주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슬프면서도 너무나도 아름다운 한편의 동화같은 이야기가 아닌가 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만나서, 어느 날 갑자기 헤어진 세 사람. 비록 그들에게 많은 눈물과 아픔을 주었지만 그에 못지 않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일깨워주었던 영화가 아닌가 합니다.

 

가끔 지금은 고인이 된 배우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그 배우를 추억하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때론 무척이나 괴로운 경우도 있습니다. 더욱이 이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이은주의 경우를 생각하면 그러한 감정은 더욱 그러합니다. 물론 그녀를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은 그녀가 출연했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방법밖에 없지만 영화속에서 화사하게 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본다는 것이 그녀의 안타까운 죽음을 더욱 애석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수인역을 맡았던 손예진으로선 첫번째 스크린 주연작이었으며, 한참 전성기였던 차태현으로서는 기존의 코믹한 분위기를 약간은 변모시킬 수 있었던 작품이 바로 이 [연애소설]입니다. 눈에 익은 많은 조연들이 출연했던 것도 이 영화의 특징중에 하나였는데, 차태현의 선배역으로 나왔던, 당시만 해도 조연급이었던 박용우나, 그의 여자친구로 나왔던 사강의 모습, 그리고 버스안에서 이은주에게 기대서 자는 남자역으로 깜짝 출연했던 이문식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누구나 과거의 아련한 추억들이 아름답게 간직되길 바랄 것입니다. 비록 그 당시에는 아프기도 하고, 눈물이 나기도 하고, 얻은 것 보다는 잃은 것이 더 많았던 것 같은 추억일지라도 세월이 흘러 그 시절을 되돌아보면 왠지 가슴속이 짠해지고 자신도 모르게 그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어질 것입니다. 그러한 기억이 안타까우면 안타까울 수록, 그러한 감정은 더욱 더 간절하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막연히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나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더욱 풍족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모든 추억들은 소중합니다. 비록 그것들이 즐거웠던, 괴로워던 간에 말입니다. 평범한 듯 하지만 약간은 독특하고, 슬픈 듯 하지만 가슴이 따스해지는 훈훈함에 자신도 모르게 과거의 추억들을 더듬에 만들었던 영화, 여러분들도 이 영화를 보시면서 과거 추억의 책장을 오랜만에 한번 넘겨보심이 어떨지요. 영화 중간에 나오는 손예진(수인)의 노래 가사가 너무나도 인상적입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리뷰...





by 표지 | 2007/08/03 03:58 | 일상 & 전공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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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조은진 at 2007/12/08 17:32
저도 연애소설을 매우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가끔 연애소설을 검색하면서 여러 블로그를 돌아다니 던 중..여기에 오게 되었습니다.
긴 글 재밋게 읽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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