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드리는 사진은 충북 진천의 농다리입니다. 다리의 길이가 거의 100m에 가까운,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돌다리입니다. 보통 진천 농교라 부르기도 하고 또 지네를 닮았다고 해서 지네다리라 부르기도 합니다. 이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석으로 교각을 쌓고 교각 사이에 길고 넓은 판석을 하나씩 얹어 놓은 단순한 형태의 다리입니다.
이 농다리는 고려 무신정권 때 만들어졌다는 설도 있고, 삼국시대의 다리라는 설도 있습니다. 무신정권 때의 다리라 해도, 거의 천 년에 가까운 세월을 견뎌온 다리입니다. 석회를 바른 흔적도 전혀 없고, 그냥 돌만 쌓아 만든 다리가 매년 장마를 견뎌내며 천 년 세월을 견뎠다는 사실이 정말 대견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게다가 다리에 사용된 자연석은 거의 다듬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형태입니다. 우리 문화재에는 이렇듯 자연의 형태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개심사 심검당의 창방처럼 휘어진 나무를 그대로 기둥이나 서까래로 쓴 경우도 많고, 다듬지 않은 돌을 그대로 주춧돌로 쓴 경우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형태의 문화재를 보면 선인들의 자연친화적인 사상이나 넉넉한 여유가 느껴진다는 등의 덕담 같은 이야기들을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생각보다 그 쓰임새와 아름다움에 대한 느낌이 앞섭니다. 농다리의 돌들도, 울퉁불퉁한 것은 울퉁불퉁한 대로 모난 것은 모난 대로 아주 훌륭하게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생김새가 다른 돌들이 서로를 어깨에 지고 또 서로의 머리를 맞대고 그 교각 사이로 무려 천 년 세월을 흘려 보냈습니다. 저는 이런 것이 바로 아름다움이라 생각합니다. 사람의 손으로 공들여 다듬어 놓지는 않았지만 천 년의 비바람과 미호천의 물살 그리고 사람의 발길로 다듬어진 자연스러움이 어느 위대한 장인의 솜씨보다 훨씬 정감어린 다리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2008년 2월 14일, 목요일
# by 표지 | 2008/02/14 05:30 | 산행 & 여행정보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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