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냐 우냐 - 길의 변증법


길의 변증법
 옛날 사람들은 길을 걸을 때 좌측통행을 했을까, 우측통행을 했을까
 이러한 문제를 놓고 이따금 역사학자들은 심심찮은 화제를 벌이는 수 가 있다. 옛날의 교통 질서는 물론 윤화를 방지하기 위해서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자동차가 아니라 적을 만났을 때 좌측통행과 우측통행 중 어느 편이 자기 방어에 유리한가 하는점이다.

 그런데 역사학자의 고증에 의하면 중세 때부터 서구 사회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좌측통행을 지켜왔다는 것이다. 귀족은 말할 것도 없고 상인이나 여행자들은 칼이나 창을 가지고 다녔다.
 그러므로 앞에서 갑자기 적(盜賊 )이 공격해 오면 우측보다도 좌측에 위치해 있는 편이 한결 유리하다는 것이다. 즉, 칼을 빼들고 오른손을 쓰기 위해서는 상대편을 자기의 우측에 몰아세워야 한다. 그래서 그 당시의 교통 규칙(?)은 좌측통행이었다고들 말하고 있다. 그와 같은 고대의 습성이 그대로 남아 오늘날에도 보행 규칙을 좌행(左行)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만은 예외로서 우측통행을 하고 있다. 왜냐하면 미국의 프런티어들은 칼이 아니라 총을 가지고 길을 다녔기 때문이다. 서구에서 화기(火器)가 나왔을 때는 이미 치안 유지가 확보되어 행인이 무기를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었지만 미국의 개척민만은 사정이 달랐다.
 카우보이 영화에서 보듯이 무법 천지에 흉맹한 인디언들의 기습이 잦았기 때문에 화기의 시대에도 무기를 지니고 보행해야만 했다.
 두말할 것 없이 총은 칼과는 달리 우측에서 좌측으로 공격하는것이 기민하고 유리하다. 그래서 그들은 우측통행을 엄수했다는이야기다.

한국인의 보행 습관
 그렇다면 한국인은 전통적으로 좌측통행을 했을까, 우측통행을 했을까? 군자는 대로행(大路行)이라고만 되어 있어 불행히도 이에  대한 역사학자의 뚜렷한 해명은 없다.
 그러나 시골 노인들의 길 걷는 습관을 보면 대체로 정확한 판단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시골 노인들이 걷는 것을 가만히 관찰해 보면, 흰 수염을 날리며 여덟 팔 자 걸음으로 유유히 길을 다니고 있는 그 군자의 보행에는 도시 좌측이고 우측이고 안중에 없다.
 더구나 무슨 적의 내습을 염려하여 참새처럼 두리번거리는 그 경계심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태연자약하게 길 한복판을 걷고 있다. 근본적으로 대결 의식이 없는 게다.
 그렇다. 한국인은, 그 군자는 분명히 중도 통행을 택했다. 물론 좁은 길이라 좌우의 구별도 변변치 않았지만, 길의 한복판을 선택한 것만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시골 사람들은 지금도 길 한복판으로 다니다가 차를 피하느라고 허둥거리는 일이 많다.


출처: "흙속에 저 바람속에" 中에서, 이어령, 문학사상사.





by 표지 | 2008/04/24 20:55 | 일상 & 전공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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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표지 at 2008/04/24 22:23
요즘들어서 다시 읽고있는데....
어찌보면...친한국적이고...또..어찌보면...외국인인듯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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